
"Learning by Doing"
꿈도 의욕도 욕심도 없이 그냥(?) 살고 있던 내가 처음으로 가치관을 갖게 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대학교 3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했을 무렵(22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해외여행으로 친구와 다녀온 유럽여행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다. 6개월동안 열심히 알바해서 번 돈으로 우리의 계획을 실제로 실현시켰고, 수학여행 이후 처음 타보는 비행기를 비롯하여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직접 부딫히며 이겨낼 수 있었다. 덕분에 악바리(?)와 호기심,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내적 자신감 등을 쌓을 수 있었다. 다양한 값진 경험을 했지만 이 일이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이유는 '나의 가치관을 쌓기 위한 시작'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그동안의 나는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당시 단체 생활에서 신나게 재미를 느끼고 있던 나는 정작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등등. 정작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과, 또래 친구들은 벌써 취업 방향이나 직무선택이 뚜렷한데 나는 '그저 공무원..'이라는 당연하지만 진정성은 없는 진로계획만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더 늦으면 당장의 취업에만 허덕이느라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시기가 없을 것 같아, 나는 주저않고 휴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1년동안 '나'를 알아보는데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는 본격적으로 휴학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면 한번 해보고 싶었던 교육봉사활동도 시작하고, 여러 대외활동도 신청했다. 하지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서포터즈나 유명한 대외활동을 신청하려고 정보를 찾아보던 중에, 이전 기수 학생들의 신분이 거의 서울권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충남, 지방에 있는 학교 학생으로 괜히 나도 모르게 이 사실을 알자 위축되었다.
'왜 지방대 학생들은 없을까..? 정말 역시 지방대인건가. 그래서 다들 서울권 대학으로 가라고 어른들이 그렇게나 말하던거였나? 역시..난 서울권대학에 비해서 딸리는건가?' 등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 스스로 부족하다는 자책을 계속 이어갔다.
그래도 하고 싶은 대외활동이 있으면 지원서라도 제출해보았다. 하지만 줄줄이 탈락 소식을 맛보았고, 그렇기에 더욱 '지방대라서 안되나보다'라는 생각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이 있어서 아주 정성스럽게 내 모든것을 다 털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했던 곳에서 드디어 첫 합격 소식을 받았다. 이 때 정말 신나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하나가 합격이 되자, 그 이후로 자소서와 포폴(?) 등의 실력이 늘었는지 줄줄이 합격의 소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불가능할 것 같던 여러 대외활동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권 학생이 많다는 건 정말 사실이었다. 어떤 활동에는 나만 지방대 학생이였던 적도 있었다. 대부분 많아봤자 10명 중 3명 정도가 지방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직접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 답을 찾게되었다. 단순했다. 서울권 대학 출신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10명을 뽑는 서포터즈 활동이 있을 때, 지원자 중 서울권 대학 출신은 80명이고, 지방권 대학 출신은 20명이었다. 실제로 같은 동기학생들과 이야기 했을 때, 나는 아무런 정보 없이 내가 직접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찾아 지원한 활동들을, 이 친구들은 너무나 쉽게 접했었다. 그냥 선배나 동기가 하는 거 보고 궁금해서, 재밌어 보여서, 누가 추천해서 등등.
결국 그 차이였다. 지방대 학생이라서 안되는게 아니라, 지방대 학생이라서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지원하지 않아서 안되는 거였다. 실력이 부족해서 안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 같이 팀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도 누구나 아는 대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정말 엄-청나게 뛰어난 학생은 별로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친구가 어떻게 저 대학을 갔을까..?' 살짝 궁금증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서울대 친구들은 조금 다르긴 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 때의 경험이 그 당시의 나에겐 꽤 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 진짜 실력이 딸리는게 문제가 아니라, 실력이 딸린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진짜 문제구나. 하면 되는구나. 오히려 전자의 생각으로 그저 그렇게 제자리에만 머무르는 것이 정말 그 이후의 큰 차이를 증명하겠구나.
'지방대라서 안돼'의 '지방대'의 의미는, 전자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거구나.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는 실력을 키워야겠다. 발전해야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사는 게 아니라, 그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앞으로 그 단단한 틀을 계속해서 깨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고, 저 틀에 갇혀있는 또 다른 누군가도 나로 인해 그 틀에 의심을 품을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 누군가 나를 보고 '지방대 출신이지만 저 친구 실력이 상당한데? 같이 일하고 싶은 인재군!'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나온 학교 출신의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던가, '지방대 별로야'라고 단단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오? 이런 친구도 있네? case by case구나' 라고 생각한다던가..하는)'
이 때의 경험으로 나는 늘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만의 가치관을 하나 만들었다.
'일단 해본다. 안된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해보고 말하자. 이렇게 직접 도전하며 늘 배워가자. 내가 갖고 있던 뭔가의 틀을 계속 깨부셔나가자.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피하자. 4평 우물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5평으로 넓혀가자. 우물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면 죽기 전에 최대한 큰 평수의 우물을 만들어놓자.'
= Learning by Doing
아마도 나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 이것이지 않을까 해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스치며 발견했던 문장을.
이렇게 지금까지도 블로그나, 다이어리 등 나를 표현하는 곳에 항상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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