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피형'사람이다. 스스로를 회피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작년-2019-말 부터이다. 사실, 처음부터 나를 회피형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해야할 일을 하기 싫어서 미루다가, 마감일 전날 닥쳐서, 몰아서 하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젠 마감 기한이 지날 때까지 스스로를 동굴 속으로 꽁꽁 숨겨버리는 정도까지 왔다. 그리고 나의 이런 행동을 알면서도,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는 모습이 또 답답해서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럼 언제부터 이런 회피형 태도가 시작되었을까. 업무적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은 어떻게서든 책임을 지는 편이었다. 내 개인적인 목표, 행동에 있어 미루는 일은 있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조별과제에서도 무임승차와 잠수타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류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를 '회피형'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이젠 단순히 '나'를 넘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젠 내가 바로 그 무임승차+잠수인이다.
오늘 또 나는 그동안 잘 해왔던, 가끔은 주도적인 역할까지 해왔던 프로젝트 팀플 카톡방을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벌써 확인을 안한지 3일째다. 토.일.월.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월요일 저녁 9시 현재까지. 나는 카톡을 읽지도, 조원들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이번주 목요일은 최종 발표날이다. 그래서 사실 오늘부터라도, 지금이라도 카톡을 확인하면 늦진 않았는데 아직도 그 연락하는게 무서워서 답장을 안하고 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사실 처음은 미루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 '조금 있다가 확인해야지'하고, 저녁때까지 카톡을 미루고. 저녁엔 너무 늦어버려 답장을 하기 좀 그래서 내일 아침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내일 아침이 되면, '너무 아침인가?'하는 생각에 오후로 미뤄버리고, 그게 다시 아침으로, 그 다음날로. 이렇게 반복된다. 그냥 별것 아닌 내용으로 카톡을 할 때에, 대답만 해도 되는데, 바로 확인해버리면 되는데. 그럼 이렇게까지 스스로 괴로워할 일도 없는데. 아직 남들한테 피해주지도 않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고, 놓쳐서 결국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보면, 내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남들에게 이미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나 같은 사람은 사회생활할때 최악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조원들 생각에, 그렇게 조원들이 생각할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죄책감 느끼고 미안하고, 면목이 없고.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전에는 이렇게까지 책임감이 없지 않았는데, 요새는 정말 왜이러니'하는 나에 대한 비난을 반복한다. '지금이라도 확인해야하는데..'라는 생각이 이런 생각들로부터 오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이젠 엄청나게 욕을 먹을 것 같고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무서워서 숨었다가(사라졌다가), 한-참 뒤에서야 겨우 용기내어 카톡을 확인해본다. 사실 지금까지 열어보지도 못한 카톡방도 있다. 미루는 것에서 시작했다가, 남들이 내 욕을 이미 하고 있다는, 나에게 엄청난 실망을 했다는 착각을 지나 무서움으로 끝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괴로운 감정이 함께한다. 그리고 그 착각은 사실이 되겠지.
생각해보면 혼자 지레 겁먹은 두려움을 안고, 몇밤 몇일을 고민하다가 눈 딱 감고 '클릭'해버린 카톡방에는, 오히려 나에 대한 내용은 아예 없었을 때가 많았다.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남들이 이런 나의 행동을 보고 엄청나게 비난할 거라는 생각은 나의 확대해석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확대해석할만큼, 실제로 나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일은 나를 빼고도 어떻게든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나의 역할을 또 다른 누군가들이 나눠서 짊어지고 있었다(이게 바로 민폐죠). 그리고 눈 딱-감고, 심호흡하고 카톡방을 딱 확인했을 때. 오히려 그땐, 그렇게 늦은 때가 아닌 경우도 많았다.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 저는 이부분 더 조사해볼게요!'라고 말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한것 보다 그렇게 최악인 상황은 아닌 것이다. 아직 내가 책임감이란걸 가지고 있는 사람인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으니까.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나 왜 그동안 카톡 확인 안했지? 뭔데 이렇게 혼자서만 괴로워했지? ㅇㅅㅇ'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미 혼자서 남들이 나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 생각(착각)하고, 그렇게 남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더 괴로워져서 그냥 아예 도망쳐버린다. 꽁꽁 숨어버린다.
최종 발표는 목요일이기 때문에, 사실 월요일인 오늘부터 답장을 해도 늦지 않았다. 팀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근데 나는 또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아침부터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그리고 위의 저 쓸데없는 반복 구렁텅이 생각들에 빠져서 오늘 하루 내내 괴로워하고 있을까. 저녁도 내가 좋아하는 해물찜이지만, 입으로는 먹되 머리로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이미 나를 욕하고 있을 것 같다는 팀원들의 생각을 하며. 참으로 불편하게 식사를 마쳤다. 작년에 처음 '회피형'의 태도를 보이는 나를 보면서, 이 습관을 고치려고 다시 바로잡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로인해 보완된 것들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고치려하면 할수록 나의 '회피형'습관은 물에 넣어 불리는 물티슈처럼 점점 부풀어올랐다. 내가 내 의지대로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이젠 정말 '회피형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저 카톡방을 확인하기가 너무 두렵다. 무섭다. 그치만 해야한다. 이 모든 나의 행동은 어쩌면 '완벽'함을 바라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하려고, 사람들한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전의 나는 책임감 있지만(내가 생각하는 나는, 책임감이 높은 사람인데), 그에 비해 현재의 나는 정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서. 그렇게 이 미루기의 태도가 회피형으로 눈덩이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런 행동을 고치고자 시도했던 이전의 노력으로는, 바뀔 수 없다. 최근 스몰스텝과 모닝챌린지를 하면서 쌓아오던 노력들로 점차 이 회피형 습관을 고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또 다시 튀어나왔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 이제 어떻게 이 습관적인 생각과 행동을 이겨내야할지 방법들을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오늘, 이 겁나는 카톡방을 클릭할 것이다. 방법은 모르겠고, 일단 이건 해야겠다. 해야한다. 회피형 태도를 바꾸기 위한 나의 첫번째 시도이다.
[오늘의 인사이트]
회피형 태도를 바꾸는 방법(시도) 1.
1) 글로 감정을 정리한다.
2) 현실을 자각한다. (아직 기회가 있다면/늦지 않았다면 충분하다. 만약 이미 늦었다면,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자. 단, 상대에게 내 잘못을 사과할 기회는 남아있다.)
3) 일단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힌다(카톡을 확인한다=미루고 있던 일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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