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찐 맛)
한 직장에서 만난 동료분들로부터 '처음에 다가가기 힘든, 친해지기 어려운 편인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순간 나는 '엥? 그나마 잘하는건 '친절하기, 말 잘 들어주기. 특기는 '아 진짜요? 맞아맞아'를 입에 달고사는 나인데? 때로는 모임에서 분위기메이커도 맡고있는데. 내가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진다고? 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처음 들어본 말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친구인 ㅇㅇ이는 '사실 너 처음 봤을 때 엄청 똑부러지고 성격이 셀것 같다고 느꼈는데'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리곤 '근데 막상 말해보니까 반전이더라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학창시절 내 별명은 '곰'이 되었다. 불곰 아니고 순한곰. (화낼땐 불곰이라고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네. 몇 번 들었었네. 나는 서비스직에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으려나?
아마도 눈썹이 갈매기형이고, 털이 진하고 숯도 많은 편이라서 그런가? 무표정으로 있을 때면 가끔 주위로부터 '무슨 일 있어? 라거나 혹시 화난거 있어? 기분나쁜 일 있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는 건데.
입꼬리도 내려가 있는 편이라 일부러 신경써서 올리지 않으면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이런 이유가 있고, 내형적인 면에서는 내재되어 있는 나의 본투비 성격에 '낯가림'도 한몫하는것 같다. 사회성을 기르면서 어렸을 때에 비해 '낯가림'은 거의 없어졌고, 오히려 처음 사람 만나는 걸 즐겨하는 쪽으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외향 둘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MBTI에서도 ISFJ, ESFJ 만 나오는데, 여기서 I와 E의 비율이 51%:49%로 거의 비등비등하다. 그래도 본투비 '낯가림'의 성향이 아주 없어지진 않아서 내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완전 외향적인 사람들로만 둘러쌓여있는 곳에서는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상황에 따라 내,외향적인 성향을 바꾼다. 분위기가 좀 쳐져있거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곳에서는 오히려 주도적으로 이끄는 편이지만, 너무 활발한 사람들이 가득 찬 곳에서는 그냥 조용히 듣는 편이거나 분위기가 이끄는 쪽으로 의견을 따라가는 편이다. 리더와 팔로우가 동시에 탑재되어있다고 해야하나. 그동안의 경험도 어쩔 땐 철저한 리더, 어쩔 땐 철저한 팔로우였다.
본래 성격이 그렇게 모질거나 똑부러지지도 못하다. 엿을 먹이는 쪽보단, 엿을 먹는 쪽에 더 가깝다. 다만, 처음에 동료들이 피드백해준 '처음에 다가가기 힘든, 친해지기 어려운 편'이 만약 친절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완전 친밀해질 수 있는 관계가 되기 힘들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맞는 것 같다. 내가 엿을 당하는 쪽인 걸 알기 때문에 어느정도 나를 방어할(?) 빅엿은 피하기 위한 방어막은 항상 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진짜 엿을 먹이려고 달려오는 사람을 발견할 때엔 엿을 잘라버릴 가위를 들기도한다.
그래서 가끔 똑부러지고 왠지 좀 자기 주장도 셀것 같고. 먼저 다가가기 어렵고, 친해지기엔 거리감이 느껴지는. 뭔가 좀 강한 이미지를 첫인상으로 봐주는 것도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친해지면 나의 반전매력을 알테니. 이런 이미지가 오히려 나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딱 봤을 때부터 다가가기 쉬운 편이라면 오히려 내가 더 힘들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주위 사람에 따라 내,외향성이 다른 모습을 띈다. 그대신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건 상대와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다. 쿵쿵 관계보다 쿵짝 관계가 더 잘어울리니까. 누군가 쿵을 하면, 나는 평소에 '쿵'이라도 '짝'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이런 이중성을 음식으로 따지자면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이지 않을까. (갑자기 이 시간에 떠오른 취킨!) 양면성을 갖추고 있지만 이런게 찐맛 아니겠습니까!!!!!!!
[한줄소감]
모순된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나쁜건 아닌것 같다. 내가 바라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섞어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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