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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록/[취준일기] 컨셉진 100일 글쓰기

2일차, 당신의 걱정은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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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걱정은, 거부합니다.

 

오전 11시. 갑자기 아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운내, 앞으로 해야할 일이 부담스럽더라도 자꾸 부딪히며 이겨내야지. 화이팅'. 징- 하는 문자 소리와 함께 내 머리도 징- 하고 울렸다. 이게 뭐람? 분명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를 걱정해주는 말이긴 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걸까?

 

분명히 내 걱정이긴 한데, 왜 기분이 나쁜가를 생각해보니 결론은 2가지였다. 첫째는, '누가' 이런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뉘앙스로 접근했느냐이다. 나는 이 지인에게 내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적이 없다. 당분간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어 카톡 상태메시지에 '답장 느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급한 일은 전화/문자 주세요' 라고 서술했을 뿐. 하지만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사사건건 '전화'와 '카톡'을 하는 이에게, '지금은 맘이 편치 않아 답장이 늦는 것이니, 내 걱정은 마시오'라고 돌려돌려 답글을 남겼을 뿐. 말은 내 걱정이 되어서라고 하지만, 결국 메시지의 내용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었다. 나의 의견은 필요치도 않는 일반적인 말들. 그러다 '더욱 힘을 내'라는 문자가 어느날 뜬금없이 띡-하고 날라왔다. 

 

물론, 취업 준비로 답답하고 우울할 때가 있지만, 이건 오로지 '나'에 대한 걱정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내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장/단점은 무엇이고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더 키워나갈 수 있을지. '업'을 구하는 입장에서 나와 fit이 잘 맞는 조직과 내가 맡을 업무는 무엇일지. 나는 욕심도 많고, 앞으로 더 성장하고 싶은 사람인데, '이쪽으로 가세요. 이 길이 정답입니다'라는 안내 표지판이 없으니, 잠시 멈춰서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스스로 시간이 필요할 뿐. 이 고민에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생기는 답답함과 우울함이지, 누군가에게 토로할 우울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로지 '나'를 위한 걱정에서 나오는 불안이니까 지금은 나를 돌보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를 숨기고, 도망치고자 카톡 프로필을 작성한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어떤 점 때문에 맘이 편치 않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신에게 딱히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야, 요새 일 구하기 진짜 힘들긴 하다 ㅋㅋㅋ'하며 넋두리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결론은, 당신에겐 그런말을 한 적이 없고, 나는 이미 매일매일 나의 불안과 부딪히며 중심을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일찍 기상한 내게, '화이팅. 힘들더라도 이겨내야지'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나는, 이미 충분히 뿌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쎄, 이 모든 감정이 취준생 히스테리라고 볼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미 충분히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나를 뿌듯해하며 기분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것. 어제는 우울했을지 몰라도 당신에게 위로를 바라진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적당한 위로는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걱정할게요. 당신의 걱정은,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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