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기록/[취준일기] 컨셉진 100일 글쓰기

5일차, 백수가 최고야

반응형

오늘은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다다음주까지 제출해야하는 프로젝트 기획서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화장도 하고, 뭐 입고 나갈지 잠시 미니 패션쇼도 열었다. 정말 너무 오랜만에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라서 신나고 설렜다. 미팅 시간은 오후 7시. 장소는 강남. 경기도에 사는 나는, 항상 서울을 가기 위해선 2시간 일찍 나가야 한다. 버스에 따라 지하철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5시에 버스를 타고, 강남에 도착하니 얼추 직장인들 퇴근시간이었다. 

 

2호선 지하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열차칸 안은 '피곤함'의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작년에 일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4호선과 5호선. 수원에서 여의도까지. 나의 왕복 4시간 남짓 출근길 여정.

그 당시 나는 [새벽 (5:20) 기상 - (6:00) 집 나서기 - (8:10) 회사 도착 - (18:00) 퇴근 - (21:00) 운동 - (23:00) 집]의 쳇바퀴 속에 살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일 복이 참 많아서 야근도 많이 하는 턱에, 운동은 가끔 패스할 때가 있었지만.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늘 한결 같았다. 운동을 하던 안하던 23:00-24:00 사이에 도착. 

 

퇴근 후, 사당역에서 긴 줄을 기다리며 엑셀 강의를 들었고, 메일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지만 항상 실패했었다.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 이내였기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 사이에 찡겨서 지하철을 타고, 또 내려서 긴 줄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 내 몸을 실었다. 그 기분. 힘내보려고 해도, 금요일 혹은 다음날 공휴일이 아니면 신나지 않던 그 퇴근길의 기분 말이다. 그 땐, 힘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힘든 때였다. 그것 또한 나의 욕심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긴 줄을 기다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 속엔 다들 핸드폰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 나도 일했을 땐 힘내보려고 그렇게나 노력해도, 그게 참 힘들었는데. 시간이 참 소중했었는데. '아, 내일 회사를 안간다면,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다 해버려야지 !' 회사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왕복 4시간의 통학시간과, 8시간의 업무시간을 내 유휴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힘이 났던 그때였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나쁠 건 없다. 많은 직장인들이 나를 부러워할텐데.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생각보다 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었는데, 출근길의 여정을 또다시 겪어보니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백수가 최고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간다면 그리워 할 이 시간을, 후회 없이, 최고로 보내자 - !

반응형